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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명고> 역지사지
전성철(신방85) 편집위원SK디스커버리 팀장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연 초 가족행사 때 막 고등학생이 된 하나 뿐인 친조카에게 요즘 보는 책에 대해 물었더니, ‘19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라며 쑥스러운 듯 소감 한 마디를 던졌다. 난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터여서 대강 아는 티를 내며 ‘열심히 살면 되지 않겠느냐’ 정도로 대화를 이어갔다.이후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책을 찾았는데, 최근에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다큐 형식의 소설은 ‘충격적’이었다. ‘김지영’보다 앞선 시기에 두 아이를 키운 내 아내가, 또 그 훨씬 전 나를 키우신 어머니도 이런 느낌과 생각으로 불편하고 힘들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밀려왔다. 두 여성에게 전화해 괜히 안부를 물었다.사회적인 관습이나 분위기는 이제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반성을 하자면 난 집에서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아내가 여러 얘기와 불만을 토로할 때, 끝까지 들어주며 적극 공감하기보다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귀를 닫는 편이다.변명을 하자면, 이런 성향은 남성의 특성이 아닐까. 지난 3월 개봉한 ‘레디플레이어원’(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소통이 부족했던 한 남성의 얘기다. 가상세계인 ‘오아시스’를 만든 할리데이는 게임 안에 숨긴 3개의 열쇠를 찾는 이에게 게임 소유를 넘긴다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주인공 웨이드가 열쇠를 모두 찾는다. 그 순간 가상 할리데이는 “소통이 부족해 사랑을 놓쳤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오아시스를 개발했다”고 털어 놓는다. 소통이 서툴러 대형게임 ‘오아시스’가 탄생한 것이다.소통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중요성은 역사를 관통한다. 고대로부터 문명의 핵심은 ‘역지사지’의 공감 능력이었으며, 이를 잊으면 패망했다. 그리스는 BC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를 무찌... [2018-07-12](Hit:45)

다섯 번이라도 오고 싶은 곳
“우선 드시고 하세요.” 점심이 훨씬 지난 시간, 손님으로 가득한 식당에 들어선 필자에게 구수한 인사를 던지는 문응순(행정87) 교우.대전에서 나고 자라서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게 낯설지가 않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미국 위스콘신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엔 경영학을 공부했으니 식당 경영쯤이야 쉬울 것 같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2010년 가게를 오픈한 후 1년 반 정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맛 개발, 직원 관리 등등 쉬운 게 없었다. 하지만 직접 주방에 들어가 육수 맛을 내고 메뉴를 개발하며 진득하게 버티니 손님들이 알아서 스스로 찾아왔다.육수 맛을 내는 멸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멸치의 종류와 살찐 상태, 그리고 몇 월에 잡히는 어떤 멸치가 국물 맛을 내는 데 최적인지 전문가답게 읊는다. 성공하는 식당의 주인은 남다르구나 싶다.‘오시오’ 라는 상호는 ‘어서 오시오’란 말이기도 하지만 ‘五時娛’라는 의미가 있단다. 칼국수는 식사 때도 먹고, 참으로도 먹을 수 있으니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 다섯 번도 즐겁게 먹을 수 있다는 뜻이란다. 기발하고 재미있다. 매콤한 맛의 미니 족발과 보들보들한 수육으로 배를 채우니 칼국수가 맛있겠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보글보글 직접 끓여 먹는 푸짐한 들깨 칼국수가 등장하자 다시 군침이 돈다. 흑미, 검은콩, 검은깨를 넣어 만든 수제비까지 함께 끓여내니 쫀득하니 씹히는 맛과 구수한 국물 맛에 다시 수저를 든다.학교 때는 ROTC로 조금의 이탈도 해봤을 것 같지 않은 모범생 스타일의 문 교우지만 지금 하는 일이 종착역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른 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이런 저런 사업을 모색 중이다.어떤 일을 하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음식 사업처럼 맛있는 사업 아닐까? 처음 만났는데도 오래 만나왔던 선후배처럼 웃으며 편하게 식사를 나... [2018-07-12](Hit:14)
크림슨 서재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만은 못하다.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있다. ‘숲’의 어감 속에는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건조감이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숲’은 마른 글자인가 젖은 글자인가. 이 글자 속에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골짜기를 휩쓸며 치솟는 눈보라 소리가 들리고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김훈, 《자전거여행1》, 문학동네, 2014, 96쪽.숲이라는 단 한 글자의 발음은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는가. ‘ㅅ’의 서늘함으로 시작해 ‘ㅍ’의 바스라짐, 그리고 높은 나무 꼭대기와 땅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듯한 모음 ‘ㅜ’. 소설가 김훈(영문66)은 단 하나의 음절에서 숲이라는 공간,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솟고 비가 내리는 그곳을 상상한다.‘숲’의 피읖받침은 외향성, ‘숨’의 미음 받침은 내향성이며, 이 두 단어의 어원은 같다는 몽상을 방치해둔다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활자 하나로 된 언어에도 깊음 비밀과 나름대로의 생리가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름의 광릉(경기도 남양주시) 숲, 아니 ‘숲’이라는 단 한 글자에서, 독자는 저자를 흉내내며 ‘숨’을 고르고 저마다의 숲을 불러낼 수 있다.김정현 기자 [2018-07-12] (Hit:15)

<자명고> 보배와 저주
강무성(불문81) 편집위원루페 출판 대표 눈이 보배라는 말이 있다. 신체 부위 중 눈이 가장 소중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눈썰미, 안목의 중요함을 이른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무엇을 잘 판별하거나 어떤 사태의 중핵을 기민하게 간파해 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향해 ‘그 사람은 눈이 보배야’라는 말을 한다.출판업계에서 일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자주 실감한다. 많은 예를 들 필요도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금이야 너무도 유명한 작가지만 데뷔작 《개미》를 낼 때만 해도 완전한 무명이었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아무도 몰랐다. 프랑스도 몰라본 무명 작가의 작품《 개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열린책들 대표인 홍지웅(철학73) 교우다. 그의 손을 통해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자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저절로 된 건 아니고 편집과 마케팅에 그만한 실력과 노력의 투자가 있었던 결과다. 하지만 그 투자는 확신이 뒷받침한 것이고, 그 확신은 미리 알아본 진가의 크기가 뒷받침한 것이다. 결국 보배 같은 눈 하나가 보배를 건졌다고 단순화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한국에서 주목받자 작가의 본국 프랑스가 다시 주목하는 식으로 인기가 역수출되면서 베르베르는 곧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이 작가가 매년 한 작품씩 어김없이 써내고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신화를 이어온 지가 20년이 넘는다. 그로 인한 출판사의 경제적 이익이 얼마인지 굳이 계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도 눈이 꽤 밝은 편이라서 스스로 눈이 보배라는 자부심이랄까 자기암시 비슷한 것을 오래 갖고 있었다. 그런데 방향이 좀 다르다. 아무래도 내 경우는 눈이 보배라기보다는 저주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남이 만든 책을 읽는 것도 일의 큰 한 부분인데 도무지 딴생각 없이 한... [2018-06-12](Hit:34)

재학생 기고 - 선배들과 함께해서 좋았던 롯데월드 견학
행정학과 재학생들이 이틀에 걸쳐 롯데월드를 견학했다.“짜장면 데이 - 행정학과 교우의 날 행사”는 행정학과 신입생으로 입학 이래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고학번 선배님들이 많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긴장한 상태로 행사 장소에 갔는데 ‘짜장면 데이’라는 행사의 이름과 다르게 고급스러운 테이블과 정성스럽게 마련된 장소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그날 선배님들께서 해주신 강의 또한 아직까지도 기억에 또렷이 남습니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되어 새롭게 마주하게 된 환경과 주어진 공부에 많이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하고 여러가지 꿈을 품고 있었던 저에게 선배님들께서 그날 해주신 조언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만나 뵐 수도 없고, 어디에서 쉽게 들을 수도 없는 값진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을 뿐만 아니라 그런 분들이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 학과의 선배라는 사실에 우리 학교, 우리 과, 나아가 저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그리고 이날, 잊지 못할 추억 하나가 또 생겼습니다. FM이후로 선배님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앞으로 나와서 이야기해보라고 하셔서 설마 하는 마음에 마이크를 잡고 지철호 선배님, 소진세 선배님, 채이배 선배님께 공정거래위원회 견학, 롯데월드 견학, 국회 견학을 차례로 부탁드렸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망설임 없이 흔쾌히 승낙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고 후배사랑, 선배사랑이 돈독한 행정학과에 지원한 제가 자랑스러울 정도로 너무 감사했습니다.그 중 첫번째 견학으로 롯데월드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26일, 27일 이틀에 걸쳐 대략 50명 정도의 인원으로 진행됐습니다. 롯데월드 견학 기회를 제공해 주신 소진세 선배님, 이번 행사 전반에 많은 도움을 주셨... [2018-06-12](Hit:46)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곰탕 한그릇
“울적하고 힘들던 시절 길모퉁이 식당에 들어가 따끈한 곰탕으로 몸을 녹이면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는 것만 같았다.” ‘도하정’의 이건영(체교99) 대표가 말하는 따뜻한 곰탕 한 그릇의 힘이다. 마포역에서부터 제법 꼬불꼬불한 골목을 걸어 식당에 도착하니 시원한 미소의 잘생긴 젊은 주인이 손님을 반겨준다. 이 집이 카페인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쪽 벽면의 유리 냉장고에 가지런히 도열된 김치통들이 한식집임을 말해준다.이대표는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육공원을 만드는 게 대학 때부터의 꿈이었단다. 한 번도 바뀌어 본 적이 없는 그 꿈을 위해 전초전으로 시작한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든시절 ‘공부하는 식당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접하게 된다. 인터뷰 내내 그가 고르는 어휘들이 그의 만만치 않은 독서량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음식을 담는 남다르게 예쁜 놋그릇도 특별하지만, 곰탕집이라면 있을 법한 식탁위의 소금이 없다. 테이블에서 손님이 음식을 완성하게 하고 싶지 않단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그때 다른 맛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 후, 정해진 황금비율 레시피를 따르는 도하정만의 곰탕제조 비법이 있다. 온도를 정확하게 세팅하고, 고아내는 시간을 조절하려고 가스가 아닌 전기 인덕션만을 사용한다. 주방이 오픈되어 있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가스 냄새가 음식과 섞이는 것이 싫단다. 주인의 까다로움에 손님들이 행복해 지는 철학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푹 고아낸 양지국물 맛이 너무 깔끔해서 마치 맑은 평양냉면 육수를 먹는 기분이다. 요리 준비 중 수작업으로 기름기를 제거하는 작업이 제일 오래 걸린단다.벽면에 걸린‘우리’라는 액자가 눈에 띈다. 혼밥과 혼술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에게 ‘밥은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철학을 양보하고 싶지 않단다. 우리가 가장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맛있는 음식을 두고 두... [2018-06-12](Hit: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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