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하는 고대교우회

Home > 교우회보 > 칼럼

칼럼

<자명고> 고려대학교의 나무 이야기

등록일 : 2019-06-11 조회 : 28

김상덕(역교84) 편집위원

모교 박물관 학예부 겸 기록자료실 부장


2016년 시작된 SK미래관 신축공사로 중앙광장에서 학생회관 쪽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교문 서쪽 담장주변의 나무 숲 속에 우회로를 만들었다. 그런데 임시 보행로에 불과한 숲길이 뜨거운 햇빛을 막아줌은 물론 꽤 운치가 있다. 올해 자랑스러운 고대인상을 받은 이상일(상학57) 일진그룹 회장이 2005년 개교 100주년기념으로 기증한 100그루 장송 덕분이다. 숲속 길을 걸어보니 생각보다 공간이 넓다. 산 속 고찰을 찾아가는 길 같다. 

현재 안암캠퍼스에 나무는 관목류를 포함 약 60만 그루가 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나무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교목으로 잣나무를 선정한 것은 1968년 5월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상록수인 잣나무는 영어로 ‘Korean Pine’이니 ‘Korea University’인 교명과도 일맥상통하는 탁월한 선정이 아닐 수 없다. 선정 당시 기념행사로 잣나무를 상징적인 공간에 심었다면 지금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나무가 되었을 텐데 잣나무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최근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나무가 생겨 앞으로 기대가 된다. 명순구(법학81)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보성전문 초창기 수송동 교사 사진 속의 한 나무가 현 조계사 대웅전 앞의 500년 수령의 회화나무임을 밝혀냈다. 2017년 겨울 조계사 경내에서 ‘회화나무 종자 분양’ 행사가 있었다. 종자는 고대농장에서 싹을 틔우고 묘목으로 키워 현재 법학관과 교내 일부 건물 주변에 식재했다. 회화나무는 학문과 선비를 상징하는 ‘학자나무(學者樹)’로 불리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궁궐, 서원, 향교 등에 많이 심었다.

이 외에 얘깃거리가 될 만한 나무들이 있다. 대한제국 황실 문장은 황실 가문의 이(李)씨 성을 상징하여 오얏꽃 문양이다. 보성전문학교의 교명은 고종이 하사했고, 학교 운영자금도 황실 내탕금으로 지원되었다. 보성전문학교의 문장은 오얏꽃 문양에 가운데 한자로 ‘普(보)’자를 넣은 문장을 사용했다. 오얏나무 즉 자두나무는 대한제국 황실과 보성전문학교의 밀접한 관계를 말해주는 상징성이 큰 나무이다. 모교는 법률학과와 이재학(理財學, 이후 경제학·경영학) 두 개과로 시작했다. 회화나무가 법학관 앞 광장에 심어졌기에 오얏나무는 경영관과 정경관 또는 이용익 선생 흉상이 있는 대학원 건물 주변에 가로수로 심을 만하다. 1934년 인촌 선생은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웅장한 본관을 건립했다. 본관 앞문에 우리 민족의 용맹한 기상을 상징하는 호랑이 머리와 뒷문에 민족정신을 함양하는 무궁화 장식이 조각되어 있다. 이런 의미심장한 스토리가 있는 무궁화나무도 본관 주변에 더 많이 보였으면 한다.

100년을 훌쩍 넘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고려대에 ‘뉴턴의 사과나무’나 ‘셰익스피어의 뽕나무’ 같은 나무와 얽힌 일화 하나쯤은 가져볼만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