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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공 넘치는 심심한 메밀면 ‘무삼면옥’
설탕, MSG, 색소 세 가지가 없는 ‘무삼면옥’에 취재 요청 차 연락을 하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반반입니다. 저희 집은. 너무 맛있어서 단골이 되거나, 맛없어서 못 먹겠다고 다시는 안 오거나.”그 자신감 넘치는 말 한 마디가 더욱 취재를 기다려지게 만들었다.마포 무삼면옥의 대표이자 요리사는 메밀 막국수의 본고장 춘천 출신 이재근(경영84)교우. 허나 우리가 흔히 먹는 설탕과 식초를 넣고 김가루를 뿌려 먹는 막국수는 원래 그의 고향 식메밀국수가 아니란다. 평양에도 함흥에도 냉면 이라기보다 그저 찬 국수라는 것이 있었듯이 춘천에는 막국수가 아닌 메밀 냉국수라는 것이 있었단다. LG 그룹에서 오래 일하고 퇴직 후 그는 고향의 맛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메밀면 집을 열었다. 함께 주방 일을 도와 면을 뽑고 서빙 하는 친척 형님도 고대 화공과 76학번 선배님 이다.오래 먹어봐야만 맛을 안다는 메밀냉면이지만 이 집은 시중의 유명한 평양냉면 식당보다더 맛이 심심하다. 봉평농협과 직거래를 해서 사다 쓰는 메밀은 전형적인 우리나라 단메밀인데 이를 수입 메밀의 세배 값을 주고 구입해 온다. 직접 분쇄기에서 빻아 반죽을 해서 숙성시킨 뒤,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제면기를 돌린다. 펄펄 끓는 물 속으로 말 그대로 죽죽 늘어진 국수 가락이 풍덩 빠지면 그걸 헹궈내서 육수를 부어 내놓는데, 맛있어서가 아니라 심심해서 특이한 국물과 면이 오묘하게 어우러 진다. 상황버섯, 영지버섯 등 약초를 열 가지 이상 우린 국물에 조미료도 안 넣으니 얼마나 심심하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메밀이 이런 거구 나’ 하며 순수한 맛을 느끼게 된다. 순메밀이라며 왜 툭툭 끊어지지 않고 쫄깃한가 물었더니 몰라서 하는 소리란다. 메밀의 특성은 열과 빛, 공기에 매우 약한데 오래 둔 메밀일수록 쉽게 끊어진다고 한다. 신선한 메밀로 뽑... [2019-05-14](Hit:132)

<자명고> 호랑이가 나타났다
금교돈(교육79) 편집위원조선교육문화미디어 대표이사호랑이는 막걸리를 먹고 자란다.막걸리 한통은 대개 750ml이다. 열량과 단백 질이 풍부하다. 싸고 맛도 좋다. 한통 마시고 나면 복부는 750ml, 마음은 7,500ml 부풀어 오른다.주머니에 헛바람만 가득했던 새끼 호랑이들의 최애주(最愛酒)로 자리잡은 건 당연한 섭리였다.예전에는 고두밥을 식혀 누룩과 버무리고 항아 리에서 발효한 뒤 걸러서 막걸리를 만들었다. 고대생이 마시는 막걸리에는 지성과 야성이 절묘한 비율로 버무러져 있고, 발효 과정에서 감성과 소통, 배려, 인화, 단결, 우정의 성분이 가미된다.여과 단계에서 흥분, 과격, 폭력, 비이성, 안하무 인 등의 찌꺼기는 걸러진다. 여과가 덜된 술을 마시거나 과음을 하면 가끔 ‘찌꺼기 현상’이 나타나 기도 한다.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지만, 우리 사회 에서 술 실력과 업무능력은 비례한다는 속설이 통하던 때가 있었다. 그 ‘능력’이라는 게 감성과 소통 아닐까 싶다.지난달 28일, 33대 교우회장이 취임했다. 구자열 신임 회장의 감성과 소통 능력은 국가대표급이다.교우회장으로 취임하던 날, 구 회장은 총회가 끝나자마자 남아있던 참석자들과 학교 근처 음식점으로 향했다. 술잔과 함께 정담이 오고갔다.며칠 뒤엔 교우회 직원 전원과 자리를 함께 했다.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통성명하고 통음했다.술로만 소통하면 구식이다. 구 회장은 독서광 이다. 매월 10여 권의 책을 읽은 뒤 선별해 LS그룹 임직원들에게 선물한다. 책을 통해 경영 철학을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것이다.구 회장은 지난해 신임 임원들과 만찬을 한 뒤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이 쓴 ‘논어를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와 프랜시스 헤셀바인의 ‘최고의 질문’ 두 권을 나눠줬다. 책 제목에서 구 회장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매달 셋째 주 화요일,... [2019-04-15](Hit:220)

교우맛집기행 [28] - 김현수 교우의 ‘호천당’
월간《 외식경영》의 대표이자 발행인. 외식콘셉트 기획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오천 명정도가 다녀가던 ‘식당밥일기’ 라는 인기 블로 그의 운영자. 2년 전에 개업한 이래 25개의 점포를 갖게 되었고, 올해는 과감히 150호점을 기대하는 프랜차이즈 돈까츠 식당 ‘호천당’의 주인. 김현수(체교81)교우를 설명하는 수식어 들이다. 대학시절 ‘돌빛’ 써클을 기웃거리며 영화감상과 제작에 관심이 많던 그는 체교과에 입학한 이유였던 스포츠 기자에의 꿈은 접었지 만, 지금은 외식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월간《 외식경영》에 직접 글도 쓰는 작가 이자 발행인이다.그는 음식을 치장하는 걸 싫어한다. 가장 좋은 원재료를 그대로 살아 있도록 하고 맛을 제대로 즐기게 하려면 이것저것 첨가하지 않고그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음식에 대한 철학이다. 두툼한 등심 돼지고 기가 얇은 튀김옷을 입고 있는데 어째 튀겨서 익힌 것 같지 않고 찐 느낌이다. 호천당의 돈까 츠는 냉동하지 않은 생고기를 저온에서 천천히 익혀, 쪄낸 듯이 부드럽다. 거기에 냉소바를 곁들여야 식탁이 완성이 된단다. 헌데 메밀 판에 얹어 쯔유 국물에 찍어먹는 일본식 소바가 아니라, 우리나라 물냉면처럼 국물을 쭈욱 들이킬 수 있는 한국식 찬 국수이다. 여기서 그의 섬세한 음식 경영에 대한 장기가 발휘된다.“한국인은 마시는 걸 좋아하거든요.” 작은 특징이라도 깊이 조사하고 그걸 특유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사업에 응용해 온 그는 같은 요리를 갖고 어떤 집은 파리를 날리고 어떤 집은 문전 성시를 이루는 비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맛을 내는 것도 인문학의 일환이라 생각하는 그는 돈까츠 하나를 얘기해도 그 역사 에서부터 유래, 종류까지 완벽하게 꿰고 있다.기업체의 외식 경영 강의, 교육 사업, 그리고 많은 ... [2019-04-15](Hit:252)

고대박물관 소장 걸작선[2] - 노수현 ‘신록’(1920년대) 등록문화재 제531호
견본채색(絹本彩色) 311.5 × 203cm심산(心山) 노수현(1899-1978)은 전통 화법에 충실하면서도 서구적인 입체감을 표현하는 등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작가다. ‘신록’은 서양식 원근법을 수용해 산, 냇물, 나무, 집 등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우리나라 화단에서 근대적인 산수화로의 이행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은 등록문화재 제531호로 지정됐다. 이달 16일부터 6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에 대여 전시된다.박유민(한국사98)모교 박물관 학예사 [2019-04-15](Hit:191)

<자명고> 파편화된 재학생 사회는 교우회의 잿빛 미래를 암시한다
허유신(신방95) 편집위원MBC 기자‘국정농단’의 참상이 세상에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이화여대생들의 궐기였다. 비선 실세의 딸이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의 불씨에 “돈도 실력”이라던 망언은 기름을 부었다. 촛불을 든 청년들의 분노는 횃불로 커졌다. 전국 대학의 총학생회들이 잇달아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국민적 공분으로 확산된 사태는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귀결됐다. 이른바 ‘1987년 체제’ 이후, 학생들의 조직적 저항이 국가 사회에 큰 변혁을 가져온 개가로 기록될 만하다.온 나라가 미세먼지에 봄을 빼앗겼다지만 캠퍼스는 요즘 자못 떠들썩할 테다. 설렘과 호기심 가득한 새내기들의 걸음걸음으로 겨우내 움츠렸던 교정엔 피가 돌고 살이 돋는다. 새 식구를 맞이하려는 동아리와 학회들의 손짓도 분주할 것이다. 하지만 왁자지껄한 이면엔 공허함이 엿보인다. 학생 사회를 관통할 구심점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생들의 사자후도 귓가에서 차츰 멀어져 간다. 이 시대 젊은 지성들의 고민은 어디에서 와 무엇을 향하는가. 서울의 4년제 대학 35곳 중 총학생회 없이 봄을 맞은 곳이 8곳이나 된단다. 총학생회장 선거 공고를 내면 출마자가 없거나, 후보가 나와도 투표율이 50%를 한참 밑돈다. 연세대는 올해로 3년째 비상대책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학점 따고 스펙 쌓는 취업 준비에 허리가 휘는데 웬 학생회 운운하는 사치냐고? 총학생회의 위기, 학생 자치조직의 붕괴를 이런 ‘먹고사니즘’에서 찾는 건 너무 단견이다. 요즘 학생들도 ‘참여’의 욕구는 강렬하다. 각 대학을 대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들만 들여다봐도, 얼마나 소통에 목말라들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86세대’의 바로 뒤, ‘X세대’의 주역이었던 필자의 대학 시절만 하더라도 이른바 ‘운동’하는 선후배들에게 빚이 있었다. 어두컴컴한 ... [2019-03-15](Hit:222)

신법학관 로비에 설치된 보성전문학교 책걸상
모교 법학전문대학원(원장=명순구·법학81)은 지난달 신법학관 로비에 보성전문학교 시절의 책걸상을 설치했다. 책상 위에는 보성전문학교 규칙, 보전교우회 발간 교양학술지《 법정학계》 창간호(1907), 유진오 선생이 기초한 제헌헌법 초안 원고를 복제해 놓았다. 명 원장은 ‘고대법학’의 역사와 정체성을 법전원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보전시절 책걸상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2019-03-15](Hit:209)

고대박물관 소장 걸작선
신장식 작가는 우리 미학의 성소인 금강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려왔다. ‘만물상-생명력’은 정선의 ‘금강산도’를 모델로, 캔버스 위에 닥종이를 바르고 그 위에 아크릴을 바르거나 뿌리는 기법을 사용했다. 정선의 ‘금강산도’ 역시 고대박물관 소장품이라 비교 감상도 가능하다. 신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은 지난해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장에 걸려 화제가 됐다.박유민(한국사98) 모교박물관 학예사  [2019-03-15](Hit:178)

원복규 교우의 ‘헬로 미켈란'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한다’는 지론 하에 원주 깡촌에서 자란 어린 소년 원복규는 큰 꿈을 안고 1981년 서울 고려대학교 화공과에 진학한다. 어릴 때부터 독서 기록장으로 만든 노트를 쌓아놓고, 소설도 쓰는 좀 유별난 이 공대생은 졸업 후 남들 다 가는 석유회사가 아닌 LG상사에 입사한다. 거기서 기술 영업으로 일하다 사업체를 꾸린 2000년 반에 국내 처음으로 란실리오 에스프레소 기기를 들여와 커피 전문점을 시작한다. 결과는 대박. 남이 하지 않는 일을 먼저 한 것에 성공의키가 있었다.위례 신도시에 가면 ‘빨간 대문 집’으로 이미 소문 나있는 ‘헬로 미켈란’이라는 예쁜 브런치 식당을 만날 수 있다. 허나 흔히 생각하는 뻔한메뉴를 떠올리면 안된다. 요즘 이슈가 되는 단어 ‘휘게(Hygge)’를 떠올려 보자. 건강을 지향하고, 재료 자체에서 맛을 끌어내며, 복잡한 과정보다는 먹기에 좋은 편안함에 주력하는, 쉽게 말해서 웰빙 음식이다. 허나 막 서빙된 접시에 놓인 요리는 결코 먹기 편하지가 않다. 포크를 대기가 아까워서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아트(art)다. 야채들이 죄다 싱싱하게 살아있다.인위적 조리법을 이용해 만든 요리라기보다는 재료들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세팅한 작품이랄까. 허나 그런 아보카도니 퀴노아들이 장식으로 올라앉아만 있지 않고 배를 채울 만큼 접시에 그득하다. 여기에 곁들이는 커피는 멜버른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바로 공수해서 최고의 머신으로 내리거나 드립한 것. 가깝지 않은 어떤 지인 한분이 매일 엄청 맛있는 커피 마시러 가는 집을 소개해 준다면서 바로 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알려준 적도 있단다.81학번이 맞나 싶을 만큼 말투부터 미소, 표정이 순진해 보이는 원 교우. 겪어왔던 많은 스토리들을 얘기하며 중간 중간 마치 애드립처럼 푹 터뜨리는 환한 미소를 ... [2019-03-15](Hit:259)

<자명고> 그 길과 그 노래와 그 시
조현구(국문82) 편집위원테오리아 대표뭔가 묵직한 것이 귀 옆을 휙 스치고 지나갔다. 그마을의 아픔처럼 깊게 상처가 패인 귤이었다. 뭍사람을 향한 적대감 때문일까? 의아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는데, 노지에서 귤을 고르고 있던 한 중년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사내는 크게 당황해 하더니 연상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왔다. 사내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올레길이라 하더라도 잔뜩 흐린 평일 날 늦은 오후에 이곳을 지나갈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까. 그래서 무심코 상처 난 귤을 짐승먹이로 던진 것인데, 우연치 않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도 사내는 내 배낭에 갓 수확한 싱싱한 귤을 잔뜩 넣어주었다.이번 제주여행은 위로를 받고픈 여행이었다. 딱히 잘 나지 않은 사람은 딱히 잘 나지 않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곤 하지 않는가. 제주의 바다와 하늘로부터 좀팽이처럼 살지 말라는 위로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제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알던 많은 곳이 ‘잘 나게’ 변해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읽은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에 나오는 시 구절처럼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야 했다. 괜히 주눅 들어 갈 곳 없어진 나는, 계획에도없이 십여 년 전 처음 경험한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그 길 역시 군사기지가 떡 하니 들어서있어 위로는커녕 위압감마저 주고 있었다.그런데 사내와 헤어진 후 바닷길로 접어들자 내가 알던 제주의 모습이 마침내 펼쳐졌다. 그때처럼 아무도 없었고, 그때처럼 파도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대로 있어주어 참 고마웠다. 배낭에서 사내가 넣어준 달고 시원한 귤을 꺼내 먹으며 길을 계속 걷고 있자니 갑자기 노래가 부르고 싶어졌다. 나를 엿보는 바다에겐 좀 쑥스러웠지만,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2019-02-12](Hit: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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