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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영진 교우의 ‘뉴브호텔’
맛보다는 분위기라고 호텔식당을 찾았다가 지갑을 도난당한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면 호텔뉴브의 그랑뉴브 뷔페식당을 가보라. 겉만 거창하고 이용객을 압도하는 호텔이 아니라 소박하게 머물고 싶은 잠자리와 먹고 싶은 식당이 있는 곳이다. 뉴브호텔을 경영하는 서문과 86학번 권영진 교우를 만나 보았다. 서비스업의 첨단에 있는 호텔을 경영하는 오너답게 댄디하고 세련된 몸가짐이지만, 그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정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전형적인 고대인이다. 재학시절 서문과 원어 연극반의 기획을 맡아온 터라 기획하고 후원받는 일은 자신이 있단다. 그의 품위 있지만 호탕한 웃음을 함께 나눠보면 그저 나부터라도 믿고 후원할 수밖에 없을 듯 기분이 좋아진다. 그랑뉴브는 셰프와 서버들이 대부분 이태리 요리학교 ICIF출신들이니 굳이 수준을 따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주 콤팩트한 음식들이 딱 감각적인 맛으로 예쁜 그릇들에 담겨져 있다. 특히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맛을 낸 비빔밥은 외국인들도 매우 좋아하는 맛이라 인기가 무척 많다. 허나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출근할 때는 뉴브호텔앤브런치 카페에서 셰프가 직접 구운 케익을 곁들여 커피를 마신다. 퇴근할 때는 선릉역에 내려 2분만 걸어 호텔에 들러 운동이나 마사지, 사우나 후 식사에 포함된 무제한 생맥주를 한잔 하더라도 가격이 걸림돌이 될 정도는 아니다. 저렴하다고 질이 떨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스테이크에서부터 디저트 하나까지 전부 직영으로 직접 만들어 낸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외부에서 납품받는 음식이 없다는 건 합리적 가격으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급의 호텔을 만들겠다는 권교우만의 철학이다. 다음 모임을 예약하고싶어 물으니 이미 풀 부킹이 되어 있다. 좋은 건 소비자들이 더 먼저 아는구나싶어 마음이 흐뭇했다. 이미 고... [2018-09-19](Hit:597)

교우갤러리
<황야(荒野), 타는 목 마름으로!> - 홍윤(경제81) 교우 9천년 생명을 이어온 죽지 않는 계곡, Death Valley. 미국 10대 Great Photo Locations에 늘 들어가며 경기도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 그곳에 가면, 지금 이 시간에 내가 서있는 곳이 가장 소중 하다는 생각을 재차 다짐 하게 하는 장소. 또한, 탄성과 함께 Camera를 꺼낼 수 밖에 없는 곳. 이런 척박한 땅에도 생명은 언제나 끈질기에 존재 합니다. 세워 놓은 제 차에서 나오는 ‘아침이슬’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제 양 눈가에는 눈물이 흐릅니다. [2018-09-19](Hit:252)

<자명고> 아시안게임을 기다리며
강재형(영문82) 편집위원MBC 아나운서 국장사무실 서가에 무심한 듯 표지를 드러내고 있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라》였다.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라, 주문대로 주목하고 나니 ‘아재 개그’가 떠올랐다. 곁에 있던 후배에게 ‘인도네시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어리둥절한 그에게 ‘핵과 항공모함 보유국인 강대국 인도를 무려 넷이나 합한 나라이기 때문’이라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 넷이야’?” 돌아온 답은 한술 더 뜬 것이었다. “아, 인도… 지금 네 시에요” - 그때 시각이 오후 6시 즈음이었다(자카르타와 서울의 시차는 2시간). 인도네시아 현지 중계팀의 일원다웠다.오랜 시간 서가에 누워있던 ‘인도네시아’를 다룬 책이 눈길을 끈 이유는 아시안 게임에 관심이 쏠려서 일 것이다. 썰렁한 ‘아재 개그’를 주고받은 그날, ‘아시안게임 중계팀 워크숍’이 있었고,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발대식’이 전날 있었으니까. 아무려나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의 이모저모를 훑어보며 인도네시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인도(양)의 섬들(nesia)’의 뜻인 그 나라를 ‘줄 풀린 진주 목걸이’라 한다는 것.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약 1만 8000개 섬으로 이뤄진 자원 부국,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 요충지여서 붙은 별칭이라는 것.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국이라는 것, 내가 태어나던 해 자카르타에서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는 것….아시안게임을 가장 많이 치른 나라는 태국. 우리나라는 다음으로 많은, 세 번을 개최했다. 1986년 서울, 2002년 부산, 2014년 인천. 여름-겨울 올림픽, 축구 월드컵 등을 성공적으로 치러 냈기에 ‘아시안게임 정도야~’ 싶은 게 현실이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남... [2018-08-17](Hit:380)
8월이 오면
8월이 오면위맹량(농화58·시인)8월이 오면타임머신을 타고 고향에 돌아간다우리마을 동각 앞마당에 모여징과 꽹과리 우렁찬 농악소리모두가 흥겨워 춤을춘다벌거숭이 일곱 살 소년도아리랑 춤을 춘다아버지는 오늘이해방된 날이라고 했다무더운 하늘아래모두다 한 마음 되어노래하고 춤추는데놀라운 고함소리 하나농악을 멈추라고 한다한 순간 적막이 흐르고 ...그는 외쳤다"여러분 나는 벙어리가 아닙니다"목 메인소리분노와 회한의 눈물이 이슬처럼 맺힌다언제부터인가우리 동네에 들어와 걸인 행세를 하며살아왔던 벙어리 아저씨일제의 강제징용에 끌려가기 싫어못들은 척 귀를 막고 벙어리로 살아온 것이다오늘이 있기까지 온갖 괄시와천대를 받으며 허기와 절망속에귀와 입을 봉해버린 세월들일제의 잔혹한 식민정책강제로 창씨개명하고우리말 우리글을 사용할 수 없었던 암흑의 시대이것이일곱 살 소년의 생생한 기억8. 15 해방 !이 생명이 다 할 때까지 결코 지울 수 없는생생한 우리 역사의 파노라마. [2018-08-16] (Hit:412)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행복한 식당
안성 원곡면에 자리한 <소담고을>의 이문희(경영83) 대표는 만나자 마자 식당의 청결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매일 바닥을 손수 청소하고, 유리를 창이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닦는단다.그을음으로 지저분해 질 수 밖에 없는 천정을 흰색으로 칠한 무모함은 식당의 가장 큰 원칙이 청결이라는 그의 고집때문이다.그래야 서민 스타일의 포장마차 식 돼지갈비집이 아니라 스파게티, 피자처럼 세계인이 즐겨 찾는 코리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만들 수 있단다. 가까운 평택 미군기지에서 미군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그들 모두 돼지갈비를 매우 좋아하는 걸 보고 싹튼 꿈이다.송탄에 1호점 이 있고 작년 11월, 지금의 원곡 2호점을 오픈했다. ‘소담’ 이란 말은 ‘탐스럽고 풍족한 음식’을 뜻하며, ‘고을’은 ‘더불어 함께 사는 햇빛 잘 드는 마을’을 의미한다. 4년 장학생으로 경영대에 입학한 그는 용돈이 없어 신문 보급소에서 먹고 자며 새벽에는 신문을 돌리고, 방학이면 교정에서 군고구마를 팔아 친구들 술값을 보탰던 어려웠던 청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경영 방식은 오로지 힘들게 일하는 직원들이 우선이다. 일 년에 두 번씩 문을 닫고 60명이나 되는 직원들과 여행을 떠나고, 저녁 8시 반이 넘으면 주문도 받지 않는다. 갈비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직원들이 주방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대안이란다.이야기 도중에 돼지 갈비 집이 맞나 싶을 만큼 다채롭지만 실속 있는 한정식 식탁이 준비된다. 깊은 맛의 동치미 국물부터 상큼한 열무김치에 게장, 잡채까지. 다 식당에서 손으로 직접 만든 반찬에 숯불에 초벌로 구워져 온 돼지 갈비는 정말 ‘적당하게’ 맛있다. 양념이 단순하니 질리지도 않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불 맛과 육즙 때문에 자꾸 젓가락이 간다.송탄에선 국회의원보다 자기가 더 유명하다며 코믹한 자랑... [2018-08-16](Hit:591)

<자명고> 역지사지
전성철(신방85) 편집위원SK디스커버리 팀장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연 초 가족행사 때 막 고등학생이 된 하나 뿐인 친조카에게 요즘 보는 책에 대해 물었더니, ‘19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라며 쑥스러운 듯 소감 한 마디를 던졌다. 난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터여서 대강 아는 티를 내며 ‘열심히 살면 되지 않겠느냐’ 정도로 대화를 이어갔다.이후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책을 찾았는데, 최근에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다큐 형식의 소설은 ‘충격적’이었다. ‘김지영’보다 앞선 시기에 두 아이를 키운 내 아내가, 또 그 훨씬 전 나를 키우신 어머니도 이런 느낌과 생각으로 불편하고 힘들지는 않았을지, 걱정이 밀려왔다. 두 여성에게 전화해 괜히 안부를 물었다.사회적인 관습이나 분위기는 이제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반성을 하자면 난 집에서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아내가 여러 얘기와 불만을 토로할 때, 끝까지 들어주며 적극 공감하기보다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귀를 닫는 편이다.변명을 하자면, 이런 성향은 남성의 특성이 아닐까. 지난 3월 개봉한 ‘레디플레이어원’(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소통이 부족했던 한 남성의 얘기다. 가상세계인 ‘오아시스’를 만든 할리데이는 게임 안에 숨긴 3개의 열쇠를 찾는 이에게 게임 소유를 넘긴다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주인공 웨이드가 열쇠를 모두 찾는다. 그 순간 가상 할리데이는 “소통이 부족해 사랑을 놓쳤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오아시스를 개발했다”고 털어 놓는다. 소통이 서툴러 대형게임 ‘오아시스’가 탄생한 것이다.소통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중요성은 역사를 관통한다. 고대로부터 문명의 핵심은 ‘역지사지’의 공감 능력이었으며, 이를 잊으면 패망했다. 그리스는 BC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를 무찌... [2018-07-12](Hit:478)

다섯 번이라도 오고 싶은 곳
“우선 드시고 하세요.” 점심이 훨씬 지난 시간, 손님으로 가득한 식당에 들어선 필자에게 구수한 인사를 던지는 문응순(행정87) 교우.대전에서 나고 자라서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게 낯설지가 않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미국 위스콘신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엔 경영학을 공부했으니 식당 경영쯤이야 쉬울 것 같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2010년 가게를 오픈한 후 1년 반 정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맛 개발, 직원 관리 등등 쉬운 게 없었다. 하지만 직접 주방에 들어가 육수 맛을 내고 메뉴를 개발하며 진득하게 버티니 손님들이 알아서 스스로 찾아왔다.육수 맛을 내는 멸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멸치의 종류와 살찐 상태, 그리고 몇 월에 잡히는 어떤 멸치가 국물 맛을 내는 데 최적인지 전문가답게 읊는다. 성공하는 식당의 주인은 남다르구나 싶다.‘오시오’ 라는 상호는 ‘어서 오시오’란 말이기도 하지만 ‘五時娛’라는 의미가 있단다. 칼국수는 식사 때도 먹고, 참으로도 먹을 수 있으니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 다섯 번도 즐겁게 먹을 수 있다는 뜻이란다. 기발하고 재미있다. 매콤한 맛의 미니 족발과 보들보들한 수육으로 배를 채우니 칼국수가 맛있겠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보글보글 직접 끓여 먹는 푸짐한 들깨 칼국수가 등장하자 다시 군침이 돈다. 흑미, 검은콩, 검은깨를 넣어 만든 수제비까지 함께 끓여내니 쫀득하니 씹히는 맛과 구수한 국물 맛에 다시 수저를 든다.학교 때는 ROTC로 조금의 이탈도 해봤을 것 같지 않은 모범생 스타일의 문 교우지만 지금 하는 일이 종착역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른 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이런 저런 사업을 모색 중이다.어떤 일을 하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음식 사업처럼 맛있는 사업 아닐까? 처음 만났는데도 오래 만나왔던 선후배처럼 웃으며 편하게 식사를 나... [2018-07-12](Hit:463)
크림슨 서재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만은 못하다.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있다. ‘숲’의 어감 속에는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건조감이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숲’은 마른 글자인가 젖은 글자인가. 이 글자 속에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골짜기를 휩쓸며 치솟는 눈보라 소리가 들리고 떡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들린다.- 김훈, 《자전거여행1》, 문학동네, 2014, 96쪽.숲이라는 단 한 글자의 발음은 당신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는가. ‘ㅅ’의 서늘함으로 시작해 ‘ㅍ’의 바스라짐, 그리고 높은 나무 꼭대기와 땅을 중간에서 이어주는 듯한 모음 ‘ㅜ’. 소설가 김훈(영문66)은 단 하나의 음절에서 숲이라는 공간,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치솟고 비가 내리는 그곳을 상상한다.‘숲’의 피읖받침은 외향성, ‘숨’의 미음 받침은 내향성이며, 이 두 단어의 어원은 같다는 몽상을 방치해둔다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활자 하나로 된 언어에도 깊음 비밀과 나름대로의 생리가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름의 광릉(경기도 남양주시) 숲, 아니 ‘숲’이라는 단 한 글자에서, 독자는 저자를 흉내내며 ‘숨’을 고르고 저마다의 숲을 불러낼 수 있다.김정현 기자 [2018-07-12] (Hit: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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