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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처럼 중얼거리는“체 게바라 만세”제2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 박정대(국문84) 교우

등록일 : 2014-12-15 조회 : 12825
<div align=left>“시는 힘없는 자들에 대한 희망의 주술”이라고 말하는 박정대 교우.
“시는 힘없는 자들에 대한 희망의 주술”이라고 말하는 박정대 교우.

“글쎄요. ‘시’는 ‘라’다음에 오는것이기도 하고 ‘도’이전에 오는것이기도 하겠지요.”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박정대(국문84) 시인의 답이다. 유쾌하다. 방심할 뻔했다. 박 교우는 2014년에‘체 게바라’를 외친 사람이다. 그는 올해 <체 게바라 만세>라는 시집으로 제22회 대산문학상 시부문을 수상했다. 대산문학상은 대산문화재단에서 최근 1년 동안 발표된 단행본 중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상으로 1993년 제정됐다.

10월 28일 박 교우는 대산문학상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직장에서 퇴근한 후에 글을 쓰려고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앉았는데 낯선 전화번호가 계속 뜨더라고요. 계속 전화가 오길래 귀찮아서 받았더니 다짜고짜‘여보세요, 저 시인 곽효환인데요. 저 아시죠?’하길래 ‘아, 시는 읽어 봤어요.’라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제가 왜 전화 드린지는 아시는거죠?’라는 거예요. 속으로 ‘헐, 내가 어찌알아.’했죠.”

‘수상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없이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통화를 마치고 박 교우가 글로 남긴 소감 ‘고요히 심장 소리를 듣습니다’의 일부다. 그는 ‘어두운 밤길을 가는 외로운 영혼들과 함께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시’를 쓰고싶다고 적었다. 또한 그는 ‘이제 가까스로 시작하려 한다’고 썼다. “제가 시를 쓴 게 아니라, 중학교 2학년때쯤 시가 저를 찾아왔다”고 말한 시인이 말이다. 시가 그를 찾아온지 35년이 됐다.

“제목으로라도 내맘에 안드는 현실에 대한 대사회적 발언을 해보고 싶었어요.”박 교우는 시집 제목‘체 게바라 만세’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는“시집을 낼 당시 우리 사회의 상황이며 시인들의 시집이며 모든 게 답답하고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시나 시집이 점점 암호화되어 시인들 본인도 잘 모르는 시를, 마치 어렵게 써야지만 괜찮은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싫었어요. 그리고 그것도 유행이라고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팔아먹으려는 자본주의 출판업자들의 ‘얍쌉한’행태가 정말로 역겨웠어요.”

체 게바라는 혁명의 아이콘이다. 박 교우에게 혁명의 정의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제가 좋아하는 담배를 마음 놓고 맛있게 피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 답했다. 그렇다면 체 게바라는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의 말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끊임없이 밀려나는 미생(未生)적 존재의 정신적 사령관”이다.

요즘 시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 교우는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한 문학 작품이 없기 때문이거나, 요즘 사람들의 교양이나 감수성이 왜곡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체게바라 만세’의 힘을 믿는다. 그는 이 말이 “세계 변혁의 주체에서 밀려난 힘없는 인민들에 대한 희망의 주술 정도는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냥 외롭고 힘들 때 주문처럼 중얼거려요, 체 게바라 만세라고요.”

박 교우는 “삶과 우주의 모든것에서 시가 나를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시에서 인류의 희망과 미래를 본다. 그는 시로 인간을 구원하려 노력하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김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