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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를 상징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단연 호랑이다. 고려대의 호랑이 상징은 1950년대 유진오 총장 시절에 '공식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 총장은 세계 유수 대학의 교장(엠블럼)을 벤치마킹하면서, 호랑이를 고려대의 상징 동물로 도입해 교장을 만들었다. 이 교장은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고려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가, 2005년 어윤대 총장 시절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대대적인 UI(University Identity)작업이 이뤄졌고 그 일환으로 새로운 글로벌 교장이 탄생하게 된다. 글로벌 교장은 이후 고려대를 대표하는 심벌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듯 했으나, 이것이 만들어진 지 11년만인 2016년 학교측에서 70년 전 교장과 거의 똑같은 교장을 다시 제작,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더구나 이 교장은 누가 봐도 옛 교장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에서 '새롭게' 제작했다고 홍보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교장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 교장이 혼재함으로써 생기는 혼란이다. 실제로 고대 총장실을 비롯한 주요 시설들에는 옛 교장과 글로벌 교장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한 장의 사진 속에 두 가지 교장이 함께 등장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상징물 관리에 있어 일관성이 부족하고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세계의 유수 대학 중 두 가지 교장을 그때 그때 섞어 쓰는 대학은 없는 것으로 안다. 사실, 고려대의 호랑이 상징물 관리 부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호랑이 마스코트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마스코트는 조직 구성원을 결속시키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고려대의 호랑이 마스코트들은 통일성과 체계성 없이 난립하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거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고대의 이미지를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려대의 오리지널 마스코트는 1996년 홍일식 총장 시절에 탄생한 '호롱이'였다. 당시 신문 기사에도 보도될 만큼 큰 화제가 되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총장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금은 고려대의 그 어느 자료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면서 마스코트도 변화할 수 있지만, 고려대 최초의 공식 호랑이 마스코트를 이렇게 역사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적절한 예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점이 무척 아쉽다.그런데 호롱이가 고대 구성원 기억 속에 사라진 이후 오히려 고려대의 호랑이 마스코트는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너무 많아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고려대 홈페이지에 나오는 공식 마스코트 '환호'와 캐릭터 '호이'를 비롯 고대병원의 '호의랑', KU PRIDE CLUB의 '쿱씨', 고려대 박물관 '꾸미', 고려대 응원단의 '호돌이'까지 그야말로 '마스코트 홍수'다.그런데,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나 할까. 고려대와 그 관련 기관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호랑이 상징물 중에서, 정작 학교를 널리 알리거나 일반인에게 고려대에 대한 호감을 심어주는 상징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 상징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상징성을 갖춘 캐릭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긍정적일 수 있지만, 학교의 아이덴티티(UI) 측면에서는 혼란을 야기한다. 통일되지 않은 상징물들이 난립하며, 고대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문제를 일으킨다.고려대를 상징하는 호랑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이 호랑이가 고려대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까? 이런 점에서, 고려대의 호랑이 상징물은 교장이든 마스코트든 UI 차원에서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검토된 후 제작, 사용되어야 한다. 학교를 대표하는 상징물을 가볍게 여기며 여러 버전을 남발하기보다는,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춘 상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고려대에 걸맞은 호랑이 상징은 무엇인지 고대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202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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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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