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취를 넘어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교우들의 ‘내리사랑’이 학내외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의 장학금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선배들의 믿음과 기대를 전수하며 수혜 학생들을 ‘품격 있는 리더’로 성장시키는 단단한 토대가 되어 왔다. 모교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으로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는 교우들의 따뜻한 행보를 소개한다.
글. 조영서 기자
서동원(의학82)
교우회 장학위원장
교우회 장학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동원(의학82) 교우에게 고려대학교는 단순한 모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고려대학교를 ‘삶의 뿌리이자 지금의 나를 만든 터전’이라고 정의한다. 병원 경영과 진료로 쉴 틈 없는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가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기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받은 배움과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선배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 위원장의 가치관은 학창 시절부터 싹텄다. 의대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을 배웠고, 졸업 후에도 축구동호회(KAFA) 등 다양한 교우회 활동을 이어오며 우리 고대인만의 끈끈한 연대감을 체감했다. 그는 “개인의 성취는 결코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며,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된 모교에 보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기탁하는 장학금에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 이상의 ‘믿음’이 담겨 있다. 그는 후배들이 받게 될 장학금이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선배 교우들의 ‘믿음과 기대’라고 전했다. 또한, 장학금을 받는 후배들이 당장의 성취에 조급해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품격 있는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꿈을 망설이는 후배가 있다면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진심이다.
서 위원장은 오늘도 진료실에서는 환자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의사로, 교정 밖에서는 후배들의 가능성을 응원하는 든든한 선배로 ‘바른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의 흔들리지 않는 행보는 고려대학교가 사회의 중심에서 신뢰받는 인재를 길러내는 단단한 토대가 되고 있다.
최영경(경영98)
(주)영스틸 대표
한일 경제 교류의 개척자이자 일본교우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故 최상영(경영69) 교우의 삶은 모교를 향한 깊은 애정과 실천으로 가득했다. 고인이 평생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좋은 일을 해야 한다”라는 철학은 이제 그의 장남인 (주)영스틸 대표 최영경(경영98) 교우에게 이어지고 있다.
최 교우는 지난 20여 년간 영스틸에서 부친과 함께하며, 사업적 성공보다 ‘이 일이 옳은 일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기업가의 자세를 배웠다. 故 최상영 교우의 33억 원의 모교 발전기금과 153명의 장학생을 지원한 5억 6,000만 원의 장학금 기탁은 “성공은 함께 이룰 때 의미가 있다”는 고인의 신념이 실천으로 옮겨진 결과였다.
최 교우는 부친을 회상하며 “‘기반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말씀처럼, 화려함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좋은 일을 쌓는 기본을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대를 이어 경영대학 교우가 된 그는 이제 부친이 걸어온 나눔의 길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모교를 향한 책임감을 소중한 유산으로 물려받은 그의 행보는 고대의 내리사랑 정신을 보여준다. 부친이 강조했던 ‘기본을 지키는 자세’는 최 교우를 통해 모교와 교우 사회가 공유하는 핵심 가치로 지속될 것이다.
97동기회, ‘십시일반 장학금’
2017년 입학 2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시작된 97학번의 ‘십시일반 장학금’. 이 장학금은 당시 97학번 교우들이 사회적·가정적으로 책임감이 큰 시기임을 고려해, 부담 없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현재 장학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희경(수학97) 동기회장은 “모금 과정이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는 시간처럼 느껴진다”며, 매년 선한 마음으로 정성을 보태주는 동기들을 통해 벅찬 감동을 느낀다는 소회를 밝혔다. 지금까지 27명의 학생이 6,2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수혜받았으며, 올해도 5명의 학생이 그 주인공이 됐다. 무작정 큰 금액을 약정하는 모금 방식이 아닌, 선배 교우들이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며 정성을 차곡차곡 모은 장학금이 학생에게 전달되는 이 방식은 수혜 학생들에게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장학금을 받은 이재영(지환20) 학생은 최근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생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신 선배님들의 따뜻한 지원 덕분에 진로 탐색과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라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처럼 97동기회는 단순한 학번 동기회의 모임을 넘어, 선후배 사이를 실질적으로 잇는 든든한 가교 역할을 지속해 오고 있다.